[한국인의 밥상 763회] 깊고 푸른 백두대간 – 여름 고개를 넘다 (홍천·정선·함양)
■ [홍천 구룡령] 화전민의 터전에서 일군 고등어곤드레조림과 누릿대장떡
■ [정선 강선암] 돌투성이 거친 땅이 내어준 선물, 강냉이감자닭백숙과 감자열무자박이
■ [함양 지리산] 백두대간의 종착지에서 마주한 세월의 맛, 고사리닭개장과 초피된장떡
2026년 7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63회에서는 프리젠터 최수종의 따뜻한 안내와 함께 한반도의 거대한 척추라 불리는 백두대간의 품으로 향합니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1,400km의 길고 웅장한 능선 아래, 세상과 잠시 멀어진 채 자연에 순응하며 억척스럽고 묵묵하게 저마다의 삶을 일궈온 사람들을 만납니다.
구름을 지붕 삼아 살아가는 홍천 구룡령의 옛 화전민 부부부터, 돌이 더 많은 척박한 땅을 일군 정선 강선암 마을 어르신들, 그리고 대간의 마지막 종착지인 지리산 자락 함양 마천면 사람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끈질긴 지혜가 서린 푸근한 여름 밥상을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 화전민들이 일군 백두대간 속 터전 –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기 위해 고개를 넘었다는 험준한 백두대간의 요충지 ‘구룡령’. 해발 1,000미터가 훌쩍 넘는 깊은 골짜기는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 장작불을 때야 할 만큼 서늘한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40여 년 전, 버려진 옛 화전민의 땅에 홀로 들어와 손수 집을 짓고 터전을 가꾼 이광옥(78세), 김금녀(73세) 부부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200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전기가 들어오고 여전히 인터넷조차 연결되지 않는 문명 밖의 삶이지만, 부부에게는 차디찬 계곡물과 손에 닿을 듯한 구름이 가장 든든한 벗입니다.
혹독한 기후를 이겨낸 이곳의 고랭지 곤드레는 높은 고도가 심어준 철분과 영양이 가득해 삶을 때 뿌연 국물이 우러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다와 멀어 생선이 귀하던 시절, 귀한 고등어에 곤드레나물의 향을 가득 배게 해 조려낸 고등어곤드레조림, 쌀보다 흔했던 나물로 양을 넉넉히 불리던 추억의 곤드레밥, 다른 부재료 없이 잘 익은 장과 나물만으로 깊은 맛을 우려낸 곤드레된장국, 그리고 쌉싸름한 산나물의 대명사인 누릿대에 구수한 장을 섞어 부쳐낸 누릿대장떡까지, 입안 가득 짙은 산의 기운을 전하는 건강한 화전민의 밥상을 만나봅니다.
- 소개 지역: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구룡령 일대)
- 지도 보기: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구룡령 주변 정보
■ 척박한 산이 키워낸 자연의 선물 –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눈을 돌리는 곳마다 첩첩산중 웅장한 절경이 펼쳐지지만, 농사를 지을 흙보다 굴러다니는 돌이 더 많아 그 어느 곳보다 척박하기로 소문난 정선의 백두대간 자락입니다. 이 거친 땅에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평생을 살아온 북평면 강선암 마을 어르신들이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이곳 정선 사람들에게는 박한 땅에서도 끈질기게 생명을 틔워내는 감자와 옥수수만이 가장 친숙하고 고마운 식재료였습니다. 척박한 땅의 한계를 기발한 생활의 지혜로 극복해 낸 이들의 식탁에는 늘 감자와 옥수수가 감초처럼 올라갑니다.
옥수수와 감자를 으깨어 쌀밥 특유의 끈끈한 찰기를 기막히게 재현한 강냉이 감자밥, 밀가루 풀 대신 삶은 감자를 으깨어 넣어 구수함과 감칠맛을 배로 살린 감자열무자박이, 푹 삶아진 부드러운 닭고기에 달큼한 강냉이와 포슬포슬한 감자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인 강냉이감자닭백숙까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산세를 품으며 살아온 정선 어르신들의 든든한 보양 밥상이 공개됩니다.
- 소개 지역: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강선암 마을)
- 지도 보기: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일대 정보
■ 백두대간과 함께 깊어진 지리산의 이야기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백두대간 1,400km의 길고 장엄한 여정이 마침표를 찍는 종착지, 지리산입니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다른 험준한 북쪽 고개들과 달리 비교적 흙이 깊고 비옥해 예로부터 다양한 약초와 고사리, 독특한 향을 내는 초피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났습니다. 대간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신선한 나물과 자연의 재료들 덕분에 함양 마천면 사람들은 풍족하진 못했어도 굶주리지 않은 세월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 자락 함양 사람들의 음식에는 고난 가득했던 근현대사의 아픔과 지나온 긴 세월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귀하디귀한 닭 한 마리를 온 가족이 배불리 나누어 먹기 위해 산에서 갓 뜯어온 고사리와 말린 토란대를 듬뿍 넣어 푸짐하게 양을 불려 끓여내던 고사리닭개장, 한여름 땀 흘려 일할 때 입맛을 돋우기 위해 오직 집된장과 매콤알싸한 초피 순만으로 구워낸 초피된장떡,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들과 군인들의 최후 보루였던 배급 밀가루에 향긋한 막걸리를 넣어 부풀려 먹던 아련한 추억의 막걸리술빵까지, 따뜻한 위로와 눈물이 서린 지리산 자락의 깊은 맛을 경험해 봅니다.
- 소개 지역: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자락)
- 지도 보기: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주변 정보
매거진 총평 및 마무리
이번 763회 한국인의 밥상은 한반도의 중심 뼈대인 백두대간의 웅장한 여름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거친 자갈밭과 닿을 듯한 험한 봉우리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다지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온 평범한 영웅들의 밥상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지혜였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산자락이 내어준 향긋한 고사리와 감자, 그리고 쌉싸름한 산나물로 소박하지만 정갈한 밥상을 차려 건강한 대간의 기운을 가득 채워보시는 것은 어떨까요?